경제학원론/책 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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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저자가 그동안 몇 권의 경제학 서적을 출판했지만, 이번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망설인 적은 없었다. 시중에 수많은 경제학 책들이 나와 있는데 여기에 또 한 권의 책을 보태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자문(自問) 때문이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경제학원론」 책들은 각종 고시생들을 위한 수험서로서 각론에서나 다루어야 할 내용까지도 포함한 방대한 분량의 경제이론들을 수록하고 있었다. 저자는 지난 1991년 은사님이신 한양대학교 손정식 교수님의 배려로 「경제학원론」 책을 출간하는 데 공저자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이 책은 경제이론을 현실경제에 접목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 새로운 유형의 책으로서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경제학 교재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다소 파격적이라는 그 구성이 이제는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의 한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 있는 동안 준비하였다. 저자의 관심사는 미국에서도 이제 경제학은 인기 없는 학문일까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최소한 미국에서 경제학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학문'이었으며, 특히 경제학과 경영학의 영역 구분이 갈수록 무너져 간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대학들이 경영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경제학 과목들을 선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경제학과 정치학, 경제학과 심리학, 경제학과 수학, 경제학과 사회학, 심지어 경제학과 공학 등을 결합한 연계전공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경제학이 '쓸모 있는 학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실경제를 접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저자는 상경계열 학생들은 물론 비상경계열 학생들, 그리고 직장인과 경영인 모두를 염두에 두고 본 교재를 집필하였다. 따라서 본 교재의 제목도 「경제학원론」 대신 「경제학」으로 하고 부제로 '기초이론과 경제사례'라고 명명하였다. 본 교재는 경제학도나 경영학도들에게 기초이론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경제학 입문서가 될 것이다. 특히 배운 이론을 현실경제에 접목시키는 실전연습을 통해 이들이 경제에 관한 안목을 기르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비상경계열 학생들은 "경제란 참,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가장 기초적인 경제원리를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더 나아가 본 교재에서 소개하고 있는 각종 경제사례들을 통해 경제원리를 각자의 전공에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직장인과 경영인들을 일상생활 자체가 경제활동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원리를 터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그 동안 엄두를 낼 수 없었던 이들에게 본 교재가 심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대 단원 기초이론을 접목한 경제 관련 기사의 분석은 현제경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본 교재는 '제1부 경제학 입문', '제2부 시장원리의 이해', '제3부 국가경제의 이해', '제4부 국제경제의 이해'로 구성되었다. 본 교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기존의 많은 교재들과는 형식을 달리 한다. 첫째, 경제학에 처음으로 입문하는 독자들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초이론만 소개하고, 각론에서나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은 제외하였다. 예를 들면 무차별곡선이론이나 일반균형이론, 그리고 경제성장론 등의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에서 다시 다루기 대무에 본 교재에서는 제외하였다. 본 교재에서 소개한 기초이론들도 독자들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였다. 그리고 이론 그 자체보다는 왜 이 이론이 중요하며 현실경제를 분석하는 데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보이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

둘째, 기초이론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각 단원마다 가능한 한 많은 경제사례들을 소개하였다. 대부분의 언론 매체에서 보도하는 경제 관련 기사들을 본 교재에서 다루고 있는 기초이론만으로도 경제학적 분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이론을 공부한 학생들이 정작 경제현상을 바라볼 때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따라서 본 교재에서는 각 단원에서 공부한 기초이론들과 직접 연계되는 72개의 신문기사들을 "경제사례"라는 이름으로 소개하였다. 더 나아가 단순히 '경제사례'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사 밑에 '경제학적 분석'이라는 난을 두어 앞에서 배운 기초이론을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그 아래 '실전연습'이라는 난에서는 「경제사례」와 유사한 또 다른 기사나 경제사례와 연관된 질문을 던져 독자들 스스로 대답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실전연습'은 경제학적 사고를 배양하고 각 단원의 이해도를 측정하기 위한 과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제3부 국가경제의 이해'에서는 독자들이 한 나라 경제의 흐름을 쉽사리 이해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동안 필자의 강의 경험에 의하면 학생들의 거시경제(국가경제) 이해도는 국민경제의 순환 모형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본 교재에서는 제9장과 제10장을 할애하여 국민총생산(GDP)은 어떻게 결정되고 국민소득은 어떻게 순환하는가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대부분의 교재에서 뒷부분에서 다루는 '경제성장과 경기순환'을 본 교재에서는 앞부분(제11장)에서 소개하였다. 그 이유는 '경제성장'과 '경기순환'은 GDP 및 국민경제의 순환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며, 따라서 '제10장 국민소득의 순환'에 연이어 편성하는 것이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넷째, '제3부 국가경제의 이해'와 '제4부 국제경제의 이해'에서는 우리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배운 이론을 직접 응용할 수 있도록 국내 통계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였다. 본 교재에서 소개한 통계자료는 본 교재가 처음 출간한 해인 2006년 이전까지의 자료들을 수록하고 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새로운 통계자료가 발표되는 대로 수정 작업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내낸 한양대학교 손정식 교수님과 조병택 교수님 두 분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저자의 은사님이신 두 분께서는 저의 앞길을 열어주시고 항상 곁에서 따뜻한 격려와 애정 어린 충고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두 분 은사님께서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시고 강단을 떠나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허전한 생각이 절로 밀려온다. 그동안 존경하는 두 분 은사님께서 곁에 계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저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이 순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저자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은혜를 입어왔다. 한양대학교에 재직 중이신 선·후배 동료 교수님들의 따뜻한 배려와 격려는 저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원정연 교수님과 오웅탁 교수님께서는 친 형님처럼 늘 가까이서 지켜보아 주시고 끊임없는 애정과 사랑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이분들에게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뜻을 표할 수 있게 된 것을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본 교재가 햇빛을 볼 수 있도록 흔쾌히 출판을 허락하신 명경사 한의명 사장님과 김우겸 전무님, 임기택 편집부장님, 그리고 편집부원 여러분의 정성어린 손실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06. 4. 임 덕 호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