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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수상록/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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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말합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일은 탐욕이고,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는 건 불행의 씨앗이라고요. 마치 오늘이 가장 귀하고 단단한 것인 양, 내일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을 나무랍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의 말입니다. 미래는 우리가 그리는 그림이고, 오늘은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손에 쥔 연필입니다. 내일을 생각하는 것은 본능이며, 그리움이요, 희망이며,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 마음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마치 햇살이 창틀을 떠나 마룻바닥으로 옮겨가듯, 우리의 생각은 늘 저 앞으로 갑니다. 두려움도, 기대도, 사랑도… 우리를 지금 이 순간에서 조용히 데려가,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속으로 이끕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집 안에 있지 않고, 문밖에 서 있는 셈이지요.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은 재앙스럽다’고 어떤 이는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어쩌면 자연이 우리에게 준 작은 동력인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기대하며,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 아닐까요?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갑니다. 불필요한 말과 생각을 멀리하며, 지금 이 순간의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자신을 가꾸지요. 에피쿠로스는 ‘현자라면 죽음조차 초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처럼, 진정한 지혜는 언제나 자신과 화해하고, 순간에 만족할 줄 압니다.

군주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가 죽은 후에도 법과 정의는 남아 그의 이름을 뒤쫓습니다. 군주의 명예는 그의 생명보다 오래 살며, 때로는 그 유해가 아직도 전장을 떠돌기도 합니다. 그것은 그가 생전에 지녔던 권위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직도 그 존재에 어떤 의미를 두기 때문일 것입니다.

베네치아 장군의 시신을 베로나에서 고향으로 데려가는 이야기, 혹은 죽은 왕의 뼈를 전장에 가져가려 했던 그 염원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그 유해를 통해 승리와 영광을 계속 꿈꾸었고, 심지어 적에게도 정중한 예를 다했습니다. 그 속에는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경외와, 한 존재의 기억이 가지는 힘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을 삽니다. 어떤 이는 죽은 뒤에도 무언가를 지키고자 했고, 또 어떤 이는 영혼이 떠난 육신조차 드러내지 않으려 했습니다. 우리는 몸보다 마음을 더 소중히 여기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유언장에 “나의 살을 보이지 말라”고 남기기도 했습니다. 수줍음에서 비롯된 고요한 품위였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무엇인가를 향해 갑니다. 어쩌면 우리가 끝내 도달하지 못할 그 어딘가를, 그러나 반드시 가야만 하는 그 어딘가를 향해 오늘도 조용히 나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의 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