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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수상록/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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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아무리 기름지고 넉넉하더라도 가만히 두면 잡초가 먼저 자랍니다. 아무 쓸모도 없으면서도 제 세상인 듯 기세등등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거기에 질서를 주려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합니다. 그래야 곡식이 자라고, 꽃이 피고, 결국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지요.

마음도 그렇습니다. 고요히 비워두면 언뜻 평온해 보이지만, 이내 쓸데없는 생각들이 들풀처럼 자라납니다.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정신은 금세 흐려지고 산만해집니다. 마치 청동 그릇 속 물이 흔들려 햇빛이나 달빛을 사방으로 흩듯, 마음도 이리저리 반짝이며 흩어집니다. 그 반짝임이 아름다울 때도 있지만, 대개는 허공을 헤매다 허무한 벽에 부딪칩니다.

나는 나이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졌습니다. 마음을 조용히 거두고, 세상 일보다 나의 일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것이 오히려 평화를 줍니다. 정신이란 배는, 남을 위한 일보다 자기 일을 할 때 백 배쯤 더 충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음은 제 갈 길을 찾고 싶어하고, 제 할 일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때때로, 마음속에는 엉뚱한 생각도 피어납니다. 무늬도 이상하고 모양도 제멋대로인 상념들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러나 그 끝자락에서 마음이 스스로 부끄러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의 그림자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종종 글로 적어두기도 합니다. 언젠가 그것들이 제 안에서 한 줄 웃음이 되거나, 조용한 부끄러움으로 남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