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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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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물빛이 빠르게 흘러내리는 1915년 늦여름이었다. 우리는 강과 평야를 건너 산이 시야 깊숙이 박힌 마을의, 지붕 낮고 벽돌 낡은 집에 머물렀다. 강바닥에는 햇볕에 바짝 마른 자갈들이 하얗게 드러나 있었고, 맑은 물은 수로를 푸르게 물들이며 쉼 없이 흘렀다. 어느 날 군대가 그 집 곁을 지나, 흙먼지를 피우며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먼지는 나뭇잎 위에 앉아 가루처럼 흩어졌고, 나무의 줄기에도 들러붙어, 그해의 낙엽은 이르렀다. 우리는 먼지 속을 걸어가는 병사들을 보았다. 잎이 흔들리다 떨어지고, 먼지가 피어오르고,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행군이 지나간 길은 삭막하고, 잎만 흩어진 채 텅 비어 있었다.

평야는 넉넉했고, 과수원은 풍성했으나, 그 너머 산은 갈색 민둥산이였다. 산에서는 전투가 벌어져 밤이면 어둠 속을 가로지르며 포성이 번개처럼 터졌고, 하늘은 시원했으나 고요했다. 창문 밑으로는 군화의 소리, 트랙터가 총을 끄는 쇳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노새들이 탄약 상자를 실은 채 길을 더디게 지나갔고, 짐을 덮은 트럭은 회색 천막 아래서 숨소리처럼 흔들렸다. 낮이면 덩굴이 엉킨 트랙터 위로, 잎사귀들 사이로 총의 포신이 길게 뻗었다.

계곡 너머에는 밤나무 숲이 있었고, 그 뒤 강 건너 또 다른 산이 있었는데, 그 산 또한 쟁탈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실패로 끝났고, 가을이 오자 밤나무는 잎을 떨구며 앙상하게 드러났다. 가지는 비에 젖어 검게 물들었고, 포도밭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은 말라가고 있었고, 대지는 갈색의 침묵으로 젖었다. 강 위에는 안개가 깔렸고, 산 위에는 구름이 눌러앉았다. 트럭들은 진흙을 튀기며 지나가고, 병사들은 망토를 뒤집어쓴 채 허리춤 앞의 가죽 탄약통을 비에 적시고 있었다. 6.5mm 탄약이 담긴 회색의 상자가, 망토 아래 불룩하게 드러났다.

그들의 걸음은 지친 여인의 허리처럼 무거웠고, 지나가는 병사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낳은 뒤 여섯 달쯤 지난 어머니의 모습 같았다. 작고 회색의 자동차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운전석에는 장교가 앉아 있었고, 뒷좌석엔 더 많은 장교들이 있었다. 그들 중 키 작은 장교 하나는 두 장군 사이에 끼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고, 오직 모자의 끝과 좁은 어깨만이 드러났다. 차가 유독 빠르게 지나간다면, 그건 아마 국왕이었다. 그는 우디네에 살았고, 전선의 상태를 보기 위해 거의 날마다 이 길을 달렸다. 그러나 상황은 그가 다가올수록 더 악화되고 있었다.

겨울의 초입, 비가 쏟아지듯 내리고, 그 비에 콜레라가 섞여 들어왔다. 전염은 맹렬했으나 억제되었고, 결국 칠천 명의 병사만이 병에 쓰러졌다. 그러나 그 숫자는, 비 내린 길 위에서 흩어져간 흙먼지처럼, 군화 아래 조용히 사라진 것이었다.

제2장

[+/-]

그 해, 승전이 많았다. 골짜기 너머의 산이 함락되었고, 밤나무 숲이 자라던 언덕도 점령되었다. 남쪽 고원으로 나아가 평원을 넘어선 곳에서도 이겼고, 우리는 8월에 강을 건넜으며, 고리치아에 들어가 살았다. 그 집에는 분수가 있었고, 높은 담장 안 정원에는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웠으며, 집 벽에는 자주색 등나무가 피어 있었다.

전선은 이제 산 너머로 옮겨갔고, 불과 일 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시는 아름다웠고, 우리가 사는 집은 좋은 집이었다. 뒤로는 강이 흘렀고, 도시는 품위 있게 점령되었다. 그러나 그 너머의 산들은 끝내 함락되지 않았다. 나는 오스트리아 놈들이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이 도시에 돌아오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들은 이 도시를 파괴하지 않았다. 단지 군사적 절제 속에서, 조금만 포격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살았고, 병원이 있었고, 카페가 있었고, 좁은 골목 위쪽에는 포병대가 있었으며, 사창가가 두 곳 있었다. 병사들을 위한 집 하나, 장교들을 위한 집 하나. 여름의 끝자락, 싸늘해진 밤공기, 산 속에서 이어지는 포성과 포탄 자국이 박힌 철교, 터져버린 터널, 광장을 에워싼 나무들과 그곳으로 이어지는 가로수길 — 그 모든 것 속에 소녀들이 있었고, 왕이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기도 했다. 때때로 그의 얼굴과 염소 턱수염처럼 길게 자란 회색 턱수염, 가냘픈 목과 몸을 보았다.

전쟁은 그 속에서도 잘 굴러가고 있었다. 벽이 무너져 속살을 드러낸 집들, 석고와 파편이 정원에 흩어지고 거리까지 튀어 나온 그 잔해들. 카르소에서의 작전은 순조로웠고, 그 가을은 시골에서 지냈던 지난 가을과는 전혀 달랐다.

전쟁은 변해 있었다. 도시 너머 산자락에 우거졌던 참나무 숲은 이제 없었다. 여름, 우리가 처음 도시로 들어섰을 때는 그 숲이 푸르렀다. 그러나 이제는 밑동만 남아 있었고, 줄기들은 꺾여 있었으며, 땅은 찢겨져 있었다. 가을이 끝날 무렵, 나는 그 숲이 있던 자리에 나가 있었고, 그때 산 위로 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보았다.

구름은 빠르게 내려왔고, 태양은 누렇게 바래더니 하늘이 잿빛으로 덮였다. 구름이 산을 타고 내려왔고, 우리는 갑자기 그 속에 잠겼다. 눈이었다. 바람을 가로질러 눈이 기울었고, 벌거벗은 땅은 눈에 덮였다. 잘린 나무 밑둥들이 솟아 있었고, 대포 위에도 눈이 내렸다. 참호 뒤쪽으로 향하는 길엔 눈길 위로 화장실로 이어지는 발자국들이 찍혀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장교들을 위한 사창가에서 친구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창밖으로 천천히, 무겁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 해의 전쟁이 끝났음을 느꼈다. 강을 따라 올라간 곳, 산들은 끝내 점령되지 않았다. 강 너머의 산들은 모두 내년으로 미루어졌다.

그때 친구가 거리에서 우리 식당의 신부가 조심스레 진창길을 걷는 걸 보았다. 그는 창문을 두드려 신부의 시선을 끌었다. 신부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고는 웃었다. 친구가 손짓으로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신부는 고개를 저으며 그냥 지나갔다.

그날 밤, 식사 자리에서, 모든 이들이 진지하게, 빠르게 스파게티를 집어 올려 먹었다. 헝클어진 면발이 공중에서 갈무리되다 입 속으로 내려갔고, 아니면 연이어 들어올려 흡입했다. 포도주는 풀로 감싼 갤런 병에 담겨 있었고, 쇠로 된 거치대에 매달려 흔들렸다. 병목을 손가락으로 당기면 선홍빛 와인이 흘러나왔고, 같은 손으로 잔을 들어 받아냈다.

식사가 끝나고, 대위는 신부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신부는 젊었고, 쉽게 얼굴이 붉어졌으며, 우리와 같은 회색 군복을 입었지만, 왼쪽 가슴 주머니 위에는 암홍색 벨벳 십자가가 달려 있었다. 대위는 나를 위해 서투른 이탈리아어를 썼다. 내가 알아듣도록, 아무것도 놓치지 않도록.

오늘, 신부님이 창녀들과 함께 있던데요. 대위가 말했다. 그의 말에는 웃음이 섞여 있었고, 말은 창처럼 빛났다. 그는 신부와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신부는 조용히 웃었다. 부끄러움이 그의 뺨에 스며들었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대위는 신부를 늘 놀렸다. 그것은 습관이었고, 기도 없는 저녁의 예식과도 같았다.

“정말이오?” 대위가 물었다. “오늘 신부가 창녀들과 있는 걸 봤소.”

“아닙니다.” 신부는 조용히 말했다.

장교들은 웃었다. 그 웃음은 적막한 식탁 위를 한 바퀴 돌았다.

“신부는 창녀들과 함께 있지 않아. 그런 일은 없어.” 대위가 말을 이었다. “신부는 여자들과 함께하지 않아.” 그는 내게 말을 던졌으나, 눈길은 신부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내 잔을 채웠고,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다시 신부를 바라보았다.

“신부는 매일 밤 오대일로 하지.” 식탁 위에 앉은 자들이 일제히 웃었다. “알겠소? 다섯 대 하나라니까.” 그는 손을 휘저으며 다시 크게 웃었다. 신부는 그 말마저도 농담으로 받았다. 신부는 그런 조롱에 슬퍼하지 않았다. 그는 슬픔을 살아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

소령이 말했다. “교황은 오스트리아의 승리를 원하지. 프란츠 요제프를 사랑하시니까. 돈이 거기서 나오지. 나는 무신론자요.”

“<검은 돼지>를 읽어봤소?” 중위가 물었다. “한 권 갖다주겠소. 내 믿음을 흔든 책이지.”

“추악하고 더러운 책이오.” 신부가 말했다.

“당신은 그걸 좋아하지 않겠군.” 신부는 내게 말했다. 나는 그에게 미소 지었다. 촛불 너머로 그는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읽지 마시오.” 신부가 말했다.

“내가 가져다줄게.” 중위가 말했다.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무신론자가 되지.” 소령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프리메이슨은 믿지 않소.”

“나는 믿소.” 중위가 말했다. “고귀한 단체지.”

그때 문이 열렸고, 차가운 바람 사이로 눈이 흩날렸다.

“눈이 오면 더 이상 불쾌할 일은 없겠지.” 내가 말했다.

“그렇소.” 소령이 말했다. “휴가를 가시오. 로마로, 나폴리로, 시칠리아로 가시오——”

“아말피에 가야 해요.” 중위가 말했다. “그곳 가족에게 카드를 보내겠소. 그들은 당신을 아들처럼 사랑할 것이오.”

“팔레르모로 가시오.”

“카프리로 가시오.”

신부가 말했다. “아브루치로 가보시오. 카프라코타에 우리 가족이 있소. 그곳엔 이곳보다 눈이 더 많이 오지. 농부들을 만나게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문화와 문명의 중심지보단 낫소.”

“나폴리의 주소를 알려드리죠. 좋은 딸들이 있어요. 어머니들과 함께 있지요. 하하하!”

선장이 손을 들었다. 그의 손짓은 마치 벽에 비친 그림자놀이 같았다. 그는 피진 이탈리아어로 말했다.

“이렇게 가거라.” 그는 엄지를 들어 새끼손가락을 가리켰다. 모두가 웃었다.

“봐, 이렇게.” 대위가 손을 펼쳤다. 촛불 아래 벽에 손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소토테넨테.” 엄지손가락.

“테넨테.” 첫 번째 손가락.

“카피타노.” 다음 손가락.

“마조레.” 그 옆.

“테넨테콜로넬로.” 새끼손가락.

“소토테넨테로 가거라! 소토콜로넬로로 돌아와!” 모두 웃었다. 손가락 놀이에서 대위는 천재였다. 그는 다시 신부를 가리켰다.

“매일 밤 신부는 다섯 대 하나!” 웃음이 다시 터졌다.

“당장 휴가를 가야 해.” 소령이 말했다.

“같이 가고 싶군. 이것저것 보여주겠소.” 중위가 말했다.

“돌아올 땐 축음기를 가져오시오.”

“좋은 오페라 디스크도.”

“카루소를 가져오시오.”

“카루소는 데려오지 마. 그 녀석은 울부짖지.”

“너도 그렇게 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울부짖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

“아브루치에 가보시오.” 신부가 말했다.

사람들이 소리쳤다. 사냥이 좋다, 공기가 맑다, 우리 아버지는 사냥꾼이다.

“가자.” 대위가 말했다. “문 닫기 전에 매음굴에 가자.”

“잘 자요.” 내가 신부에게 말했다.

“잘 자요.” 신부가 말했다.

제3장

[+/-]

내가 다시 전선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여전히 그 마을에 살고 있었다. 들판엔 더 많은 대포들이 들어서 있었고, 봄이 와 있었다. 밭은 푸르게 물들었고, 포도덩굴엔 여린 싹들이 돋고 있었으며, 길가의 나무들은 작은 잎들을 내고 있었고, 바다로부터 바람이 불어왔다.

언덕 위에 오래된 성이 자리한 그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그릇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 너머엔 갈색의 산줄기들이 있었다. 산비탈엔 아직 겨우 푸른빛이 감돌 뿐이었다. 마을엔 새로운 병원들이 생겼고, 거리에서는 영국 군인들과 가끔 여자들도 마주쳤다. 포격에 맞아 무너진 집들이 더 늘어 있었다. 봄날의 햇볕은 따스했고, 나는 나무들이 줄지어 선 오솔길을 걸었다. 햇살이 벽을 덥히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집에 살고 있었고, 모든 것은 내가 떠났던 그날과 같았다. 문은 열려 있었고, 한 병사가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옆문 옆에는 구급차가 대기 중이었고, 안으로 들어서자 대리석 바닥과 병원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고, 단지 계절만이 바뀌어 있었다. 큰 방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소령이 창문을 열어둔 채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그에게 먼저 보고를 할지, 아니면 위층에 올라가 씻고 올지 망설이다가 위층으로 향했다.

중위 리날디와 함께 쓰던 방은 안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내 침대엔 담요가 깔려 있었다. 내 물건들은 여전히 벽에 걸려 있었고, 방독면은 금속통 안에, 철모는 같은 걸이에 걸려 있었다. 침대 아래엔 납작한 짐가방이 있었고, 그 위엔 겨울용 가죽 부츠가 기름칠 되어 빛나고 있었다. 두 침대 위에는 오스트리아 저격총이 걸려 있었다. 팔걸이에 착 달라붙는 어두운 호두나무 개머리판, 팔각형 강철 총열이 반짝였다. 조준경은 가방 속에 넣어 두었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리날디는 다른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자 그는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차오!” 그가 말했다. “어디 다녀왔나? 어떻게 지냈나?”

“굉장했지.”

우리는 악수를 나눴고, 그는 내 목을 감싸 안고 뺨에 입을 맞췄다.

“으, 더럽군.” 그가 말했다. “씻어야겠어. 어디 갔었나? 뭘 했나? 전부 말해보게.”

“모든 곳을 다녀왔지. 밀라노, 피렌체, 로마, 나폴리, 빌라 산 조반니, 메시나, 타오르미나—”

“시각표처럼 말하는군. 아름다운 일들은 있었나?”

“있었지.”

“어디서?”

“밀라노, 피렌체, 로마, 나폴리—”

“그만. 가장 좋았던 건 어디였나?”

“밀라노.”

“그건 처음이라서 그렇겠지. 그녀를 어디서 만났나? 코바에서? 어디로 갔나? 어떤 기분이었나? 전부 말해보게. 밤새 있었나?”

“그래.”

“별거 아니군. 여긴 지금 아름다운 여자들이 많아. 전선엔 한 번도 안 온 새 여자들이야.”

“훌륭하군.”

“믿지 않나? 오늘 오후에 함께 보러 가세. 그리고 여기엔 아름다운 영국 여자들도 있지. 난 지금 미스 바클리와 사랑에 빠졌네. 자네에게 소개하지. 아마 그녀와 결혼하게 될 거야.”

“일단 씻고, 보고부터 해야겠군. 요즘엔 아무도 일 안 하나?”

“자네 없는 동안, 동상에 동창, 황달, 임질, 자해, 폐렴, 경·연성 궤양뿐이었지. 매주 누군가는 바위 파편에 다쳐. 진짜 부상자는 소수야. 다음 주엔 전투가 다시 시작된대. 아마 시작되겠지. 자네 생각에 내가 미스 바클리와 결혼하는 게 옳은 일일까? 물론 전쟁 끝나고 말이야.”

“틀림없이 그래야지.” 나는 세숫대야에 찬물을 가득 채웠다.

“오늘 밤 자네가 모든 걸 들려주게.” 리날디가 말했다. “나는 미스 바클리를 위해 아름답고 신선해야 하니까 다시 자겠네.”

나는 튜닉과 셔츠를 벗고 찬물에 세수했다. 수건으로 몸을 문지르며 방을 둘러보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리날디는 침대에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그는 잘생겼고, 나와 같은 나이였으며, 아말피 출신이었다. 수술을 사랑했고, 우리는 좋은 친구였다. 그를 바라보는 동안 그가 눈을 떴다.

“돈 좀 있나?”

“있지.”

“오십 리라만 빌려주게.”

나는 손을 닦고, 벽에 걸린 튜닉 안쪽에서 지갑을 꺼냈다. 리날디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지폐를 받아 접은 뒤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난 미스 바클리에게 재력 있는 남자로 보이고 싶네. 자네는 나의 훌륭한 친구이자 금융 후원자야.”

“지옥에나 가라.”

그날 밤 식사 시간, 나는 사제 옆에 앉았다. 그는 내가 아브루치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했고, 갑작스레 마음이 상한 듯했다. 그는 내가 갈 거라며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냈고, 가족들은 준비를 했다고 했다. 나도 그만큼이나 미안했다. 왜 가지 않았는지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가고 싶어 했던 일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설명했고, 그는 결국 이해했다. 내가 정말로 가고 싶었다는 걸 알았고, 우리는 여전히 친구였다. 취향은 비슷했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그는 내가 모르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알게 된 후에도 늘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걸 몰랐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모두 식탁에 있었고, 식사는 끝났으며, 논쟁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말을 멈추었다. 대위가 소리쳤다.

“신부는 행복하지 않아! 여자가 없어서 행복하지 않아!”

“난 괜찮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신부는 오스트리아가 전쟁에서 이기길 바라지!”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신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공격하지 않기를 바라지요? 그게 본심이지요?”

“아닙니다. 전쟁이 있다면, 공격해야겠지요.”

“공격해야지! 반드시 공격해야지!”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둬.” 소령이 말했다. “그는 괜찮은 사람이야.”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하잖아.” 대위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떠났다.

제4장

[+/-]

아침이었다. 옆 정원에서 포가 울렸다. 창으로 햇빛이 들어와 나는 잠에서 깼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자갈길은 젖어 있었고 잔디는 이슬에 축축했다. 포가 두 번 더 울렸고, 그때마다 공기가 매질처럼 밀려와 창문을 흔들고 내 잠옷 앞섶을 펄럭이게 했다. 포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 머리 위로 곧장 쏘아대는 것이 분명했다. 불편한 일이었지만, 그 포들이 그 이상 크지 않다는 사실은 또 안도감을 주었다.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길가에서 트럭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렸다.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부엌에서 커피를 마신 뒤, 차고로 갔다. 기다란 지붕 아래 회색 앰뷸런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상자가 올라간 뭉툭한 코, 이동식 짐칸처럼 생긴 차들이었다. 한 대는 마당에 나와 있었고, 정비병들이 손을 보고 있었다. 세 대는 산 위의 야전 치료소에 가 있었다.

“저 포대, 적군이 공격하지 않나요?” 내가 물었다.

“아니오, 테넌테. 저 언덕이 막아줍니다.”

“상황은 어떤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이 녀석은 엉망이지만, 나머진 잘 굴러갑니다.” 그는 손을 멈추고 웃었다.

“휴가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그는 작업복에 손을 닦으며 웃었다.

“잘 보내셨겠군요.”

다른 정비병들도 다 웃었다.

“좋았어. 이 차는 뭐가 문제지?”

“계속 문제입니다. 하나 끝나면 하나 터지고요.”

“지금은?”

“피스톤 링을 새로 끼워야 합니다.”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지붕 아래로 들어갔다. 차들을 하나씩 살폈다. 어떤 건 막 씻은 듯했고, 어떤 건 먼지가 얹혀 있었다. 타이어는 조심히 살폈다. 상처나 돌에 찍힌 자국이 있는지. 모두 양호해 보였다. 내가 있어도 없어도 별 차이는 없었다.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앰뷸런스 상태, 부품 수급, 부상병 수송 전부 내게 달린 것처럼 여겼는데, 아니었다.

“부품 구하는 데 문제 없었나?”

“없었습니다, 테넌테.”

“가솔린 창고는 어디 있지?”

“그 자리에 그대로입니다.”

“좋군.”

나는 집으로 돌아가 식당 탁자에서 커피 한 그릇을 더 마셨다. 연회색 커피였다. 연유로 달았다. 창 밖은 봄날의 아침. 코끝이 마르기 시작했고, 그건 날이 더울 거라는 신호였다.

그날 오후, 나는 산속의 야전 거점을 돌고 늦게야 돌아왔다. 내가 없던 사이, 모든 게 더 원활히 돌아간 듯 보였다. 곧 공격이 재개될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소속된 사단이 강 상류 어느 지점에서 진격할 예정이었다. 메이저는, 공격 중 차량 배치를 내가 맡아보라고 했다. 강 너머 좁은 협곡을 지나, 언덕 위로 진격이 이루어질 거라고 했다. 앰뷸런스는 강가 가까이, 하지만 엄폐 가능한 곳에 있어야 했다. 보병이 최종 결정을 내리겠지만, 우리는 먼저 계획을 짜야 했다. 군인이라는 착각을 품게 만드는 일 중 하나였다.

먼지투성이로 더러워진 채, 방에 올라가 씻었다. 리날디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손엔 휴고의 영어 문법책. 그는 이미 옷을 입고 있었고, 검은 부츠에 머리는 반질거렸다.

“훌륭하군,” 그가 말했다. “바클리 아가씨를 만나러 같이 가세.”

“싫어.”

“아니다. 내 인상을 좋게 만들어 줘야 해.”

“알았어. 씻고 갈게.”

“그대로 와도 돼.”

나는 씻고 머리를 빗었다. 그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잠깐,” 그가 말했다. “한 잔 하고 가야지.”

트렁크를 열고 병을 꺼냈다.

“스트레가는 싫다.”

“그라파야.”

“좋아.”

우리는 잔을 맞댔다. 손가락을 뻗어 가볍게 부딪혔다. 그라파는 독했다.

“한 잔 더?”

“그래.”

두 번째 잔을 마시고 그는 병을 치웠다. 계단을 내려왔다. 마을은 더웠지만, 해는 기울고 있었고, 걷기 좋은 저녁이었다.

영국군 병원은 전쟁 전 독일인들이 지은 대저택이었다. 바클리 아가씨는 정원에 있었다. 다른 간호사와 함께. 흰 제복이 나무 사이로 보였다. 우리는 그리로 걸어갔다. 리날디가 거수경례를 했다. 나도 따라 했지만 조금 낮게.

“안녕하세요,” 그녀가 말했다. “이탈리아인이 아니시군요?”

“아니요.”

리날디는 다른 간호사와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이탈리아 군대에 있다니, 이상하네요.”

“엄밀히 말하면, 군대는 아니에요. 앰뷸런스 부대죠.”

“그래도 이상하네요. 왜 들어가셨어요?”

“글쎄요. 모든 일엔 설명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전 항상 이유가 있다고 배웠어요.”

“좋은 교육이네요.”

“계속 이렇게 말장난할 건가요?”

“아니요. 안 해도 돼요.”

“다행이네요, 그쵸?”

“그 막대기는 뭔가요?”

그녀는 키가 컸고, 금발에 햇볕에 그을린 피부, 회색 눈을 가졌다. 아름다웠다. 그녀는 얇은 등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가죽으로 감싼, 장난감처럼 작은 승마채였다.

“작년에 죽은 어떤 소년의 것이었어요.”

“안타깝군요.”

“좋은 아이였어요. 결혼할 예정이었는데 솜 전투에서 죽었어요.”

“끔찍했죠, 그 전투는.”

“직접 겪으셨어요?”

“아니요. 소문으로만.”

“이곳은 그런 전쟁이 아니군요. 그 막대기, 그 아이 어머니가 제게 보내줬어요. 유품과 함께요.”

“약혼 오래 하셨어요?”

“8년이요. 같이 자랐죠.”

“왜 결혼 안 하셨어요?”

“몰라요. 바보 같았죠. 결혼이라도 해줄 걸. 나쁜 일 될까봐 안 했는데…”

“이해합니다.”

“누굴 사랑해본 적 있어요?”

“아뇨.”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머리가 아름다워요.”

“마음에 드세요?”

“아주.”

“그 애가 죽었을 때 다 잘라버리려 했어요.”

“그러지 마시지.”

“뭔가 해주고 싶었거든요. 그 애가 원했다면 뭐든 줬을 텐데. 전부 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 애가 전쟁에 가겠다고 했고, 전 멀리서만 바라봤죠. 그러다 죽었고, 끝이었어요.”

“…”

“그래요. 끝이에요.”

우리는 리날디와 다른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 이름은 뭐죠?”

“퍼거슨. 헬렌 퍼거슨. 당신 친구, 의사 맞죠?”

“네. 유능해요.”

“좋네요. 전방 근처에서 실력 있는 사람 보기 힘들어요. 여긴 전방 맞죠?”

“맞습니다.”

“이상한 전선이네요. 그런데 아름다워요. 곧 공격이 있을까요?”

“네.”

“그럼 일이 많아지겠네요. 지금은 할 게 없어요.”

“간호일 오래 하셨어요?”

“15년 말부터요. 그 애가 입대할 때 저도 시작했어요. 혹시 병원으로 오진 않을까, 그런 상상을 했죠. 칼자국이나, 붕대 두른 머리… 그런 낭만적인 모습요.”

“여긴 그런 전선이에요.”

“맞아요. 프랑스는 상상 이상이에요. 사람들, 그 실상을 모르면 계속 이럴 수가 없죠. 그 애는 칼자국은 없었어요. 그냥 산산조각 났죠.”

나는 말하지 않았다.

“이 전쟁, 계속될까요?”

“아뇨.”

“뭐가 멈추게 할까요?”

“어딘가에서 무너질 거예요.”

“우리가 먼저 무너질지도 몰라요. 프랑스에서.”

“여긴 아닐 거예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작년 여름, 잘 싸웠어요.”

“그래도… 누구든 무너질 수 있죠.”

“독일도요.”

“아니요. 그들은 아닐 거예요.”

우리는 리날디와 퍼거슨 쪽으로 걸어갔다.

“이탈리아 좋아해요?” 리날디가 영어로 물었다.

“꽤 괜찮아요.”

“무슨 말이지?”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Abbastanza bene,” 내가 통역했다.

“그건 안 좋은 말이야. 그럼, 영국은 좋아해요?”

“별로요. 스코틀랜드 사람이거든요.”

리날디는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스코틀랜드는 영국보다 스코틀랜드를 더 사랑하죠,” 내가 이탈리아어로 말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는 영국이잖아.”

나는 퍼거슨에게 그 말을 전했다.

“Pas encore,” 그녀가 말했다.

“아직은요.”

“진짜로요?”

“절대요. 우리는 영국인을 좋아하지 않아요.”

“영국인을? 바클리 아가씨는요?”

“그건 달라요. 말 그대로 다 믿으시면 안 돼요.”

우리는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돌아오는 길에 리날디가 말했다.

“바클리 아가씨는 너를 더 좋아해. 확실해. 하지만 그 스코틀랜드 아가씨도 아주 매력 있어.”

“그렇지.”

사실 나는 그녀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마음에 드나?”

“아니,” 리날디가 말했다.

제5장

[+/-]

다음 날 오후, 나는 다시 바클리 양을 찾아갔다. 정원엔 없었다. 나는 구급차가 들이대는 저택 옆문으로 갔다. 안에는 수간호사가 있었다. 그녀는 바클리 양이 근무 중이라 했다. “전쟁 중이잖아요.” 나는 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군에 있는 미국인 맞죠?”

“그렇습니다.”

“어쩌다 거길 들어가셨어요? 왜 우리 쪽은 안 들어오셨죠?”

“모르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까요?”

“지금은 안 될 겁니다. 왜 이탈리아 쪽에 갔는지 말해봐요.”

“이탈리아에 있었고, 이탈리아어를 좀 했습니다.”

“아, 그랬군요. 나도 배우는 중이에요. 아름다운 언어죠.”

“누군가는 2주면 배운다고 하더군요.”

“난 몇 달을 했는데도 멀었어요. 7시 이후엔 그녀를 볼 수 있어요. 그땐 근무가 끝나요. 다만 이탈리아인들 데려오지 마세요.”

“아름다운 언어 때문에도 안 됩니까?”

“그건 안 돼요. 멋진 제복도 안 되고요.”

“안녕히 계세요.”

“아 리베데르치, 테넨테.”

“아 리베데를라.” 나는 경례를 하고 나왔다.

외국인에게 이탈리아식 경례를 하는 건 어딘가 쑥스러웠다. 수출용으로 만들어진 동작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더웠다. 플라바 쪽 다리로 올라갔다가 돌아온 길이었다. 그곳에서 공세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전해엔 강 건너 진출이 불가능했다. 고개에서 부교로 내려오는 길 하나뿐이었고, 길은 기관총과 포탄 사정권 안에 있었다. 그 길은 좁았고, 병참 차량들이 몰리면 오스트리아군이 아수라장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군은 강을 건넜고, 강 건너 약 1.5마일가량 진출해 점유 중이었다. 나쁜 자리였다. 오스트리아군이 그곳을 내줄 이유는 없었지만, 아래쪽엔 여전히 오스트리아 쪽 교두보가 있었으니 서로 눈감아주는 셈이었다. 오스트리아 참호는 언덕 위, 이탈리아 진지에서 몇 걸음 거리였다. 마을은 잿더미였고, 철도역은 무너졌으며, 고정 교량은 파괴되어 다시 쓸 수 없었다. 노출된 위치였다.

나는 강 쪽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갔다. 언덕 아래 응급 처치소에 차를 세우고, 산비탈 어깨에 가려진 부교를 건너, 파괴된 마을의 참호 사이로 지나갔다. 모두 엄폐호에 있었다. 신호용 로켓이 진열돼 있었다. 포격 요청이나 전화선이 끊겼을 때 쓸 것이다. 조용했고, 더웠고, 더러웠다. 나는 철조망 너머 오스트리아 진지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아는 대위와 엄폐호 안에서 술을 한잔하고 돌아섰다. 새 길이 산을 넘어 부교까지 굽이쳐 내려오는 중이었다. 길이 완성되면 공세가 시작될 터였다. 모든 차량은 새 길로 내려오고, 빈 차량과 부상자 실은 앰뷸런스는 헌 길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응급처치소는 강 건너 언덕 아래 있었다. 들것병들이 부상자를 부교로 데려올 것이다. 공세가 시작되면 똑같은 절차가 되풀이될 것이다. 새 길의 마지막 1마일쯤은 적군의 포격권 안이었다. 엉망이 될 게 뻔했다. 하지만 차량이 마지막 구간을 넘기고 대기할 수 있는 피난처를 찾아냈다.

나는 새 길을 달려보고 싶었지만 미완공 상태였다. 길은 넓고 경사도 좋았다. 숲 사이로 보이는 커브들은 인상적이었다. 금속제 브레이크가 잘 듣는 차량이라면 내려올 때 문제없었다. 비어 있는 상태였으니 더욱 그랬다.

나는 헌 길로 다시 올라왔다. 카라비니에리 둘이 길을 막고 있었다. 포탄 하나가 떨어졌고, 기다리는 동안 셋이 더 떨어졌다. 77mm 포탄이었다. 쉭 하며 날아와, 번쩍 하고 터진 후 회색 연기가 도로를 덮었다. 카라비니에리는 지나가라고 손짓했다. 포탄 흔적을 피해 지나가며, 폭약 냄새, 파편 냄새, 부서진 진흙과 깨진 돌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고리치아의 우리 저택으로 돌아왔다. 바클리 양은 여전히 근무 중이었다. 저녁을 급히 먹고 다시 영국 병원이 있는 저택으로 향했다. 병원은 크고 아름다웠다. 정원엔 훌륭한 나무들이 서 있었다. 바클리 양은 벤치에 앉아 있었고, 퍼거슨 양도 함께였다. 둘은 나를 반가워했다. 잠시 뒤 퍼거슨 양은 자리를 떴다.

“두 분이선 잘 지내시잖아요.”

“가지 마, 헬렌.”

“편지 써야 해.”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헨리 씨.”

“검열관 곤란하게 하는 건 쓰지 마세요.”

“걱정 마세요. 이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이탈리아인들이 얼마나 용감한지만 써요.”

“그럼 훈장 받겠네요.”

“좋죠. 안녕, 캐서린.”

“잠시 뒤에 봐요.”

퍼거슨 양은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그녀, 좋은 사람이에요.”

“응, 간호사야.”

“당신도 간호사 아닌가요?”

“아니요. V.A.D.라는 걸 해요. 열심히 일하지만 신뢰받진 않죠.”

“왜죠?”

“평소엔 신뢰하지 않다가, 일이 생기면 신뢰해요.”

“무슨 차이죠?”

“간호사는 의사 같아요. 오래 걸려요. V.A.D.는 지름길이에요.”

“그렇군요.”

“이탈리아군은 여성을 전방에 두려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린 늘 특별히 조 심해야 해요. 외출도 안 해요.”

“그래도 난 올 수 있죠?”

“네. 수도원 생활은 아니에요.”

“전쟁 얘긴 그만하죠.”

“쉽지 않아요. 도망칠 곳이 없어요.”

“그래도 잊어봅시다.”

“좋아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마주 보았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허락했다. 나는 팔을 그녀의 팔 아래로 뻗었다.

“안 돼요.”

팔은 그대로 두었다.

“왜요?”

“안 돼요.”

“괜찮아요.”

나는 어둠 속에서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 다가갔다.

그 순간, 날카로운 번개처럼 뺨을 얻어맞았다. 눈과 코를 강타당했고, 반사적으로 눈에 눈물이 맺혔다.

“정말 미안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오히려 유리하다고 느꼈다.

“당신 말이 맞아요.” “끔찍하게 미안해요. 간호사들의 ‘휴가 저녁’ 같은 분위기를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다치게 하려던 건 아니에요. 다치셨죠?”

그녀는 어둠 속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화가 났지만, 앞날이 장기판처럼 보였다.

“잘하셨어요. 상관없어요.”

“불쌍한 분.”

“나는 좀 엉뚱한 삶을 살아왔어요. 영어도 거의 안 써요. 그런데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말 많이 안 해도 돼요. 내가 미안하다 했잖아요. 우린 잘 지내요.”

“네. 그리고 우리는 전쟁에서 빠져나왔죠.”

그녀가 웃었다. 처음 듣는 웃음소리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참 다정하군요.”

“아뇨.”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내가 키스해도 될까요?”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아까처럼 팔을 두르고 입을 맞췄다.

세게 입을 맞췄고, 그녀는 나를 껴안았다.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고, 나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그녀가 갑자기 떨었다. 나는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그녀의 심장이 뛰었고, 입술이 열렸다. 그녀의 머리가 내 손 위로 젖혀졌고,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사랑해요,” 그녀가 말했다.

“나한테 잘해줘요, 제발.”

대체 이게 뭐람,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어깨를 토닥였다. 그녀는 울었다.

“잘해줄 거죠?”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우리 삶은 좀 이상하게 흘러갈 거예요.”

잠시 뒤, 나는 그녀를 빌라 입구까지 바래다주었고,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혼자 걸어 돌아왔다. 빌라로 돌아와 위층 방에 오르니, 리날디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가 나를 보았다.

“바클리 양이랑 잘 되고 있나?”

“친구일 뿐이야.”

“너한텐 발정 난 개의 표정이 있어.”

나는 그 단어를 몰랐다.

“뭐라고?”

그가 설명했다.

“너는,” 내가 말했다, “발정 난 개의—”

“그만해,” 그가 말했다. “조금 있으면 험한 말 나온다.”

그가 웃었다.

“잘 자요,” 내가 말했다.

“잘 자, 강아지.”

나는 베개로 그의 촛불을 꺼버리고 어둠 속에서 침대로 들어갔다.

리날디는 촛불을 다시 켜고, 책을 읽었다.

제6장

[+/-]

이틀 동안 전선에 나가 있었다. 집에 돌아왔을 땐 밤이 깊었고, 바클리 양을 다시 본 건 그 다음 날 저녁이었다. 그녀는 정원에 없었다. 나는 병원 사무실에서 그녀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방 안엔 나무 기둥 위에 대리석 흉상들이 늘어서 있었다. 기둥은 채색되어 있었고, 벽을 따라 그 흉상들이 줄지어 있었으며, 사무실에서 열리는 복도에도 그것들은 있었다. 전부 비슷하게 생겼고, 대리석 특유의 무덤 같은 기품이 있었다. 조각이라는 일은 언제나 재미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청동은 그래도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 있었지만, 대리석 흉상은 전부 묘지 같았다. 그래도 피사의 공동묘지는 괜찮았다. 진짜 형편없는 대리석을 보려면 제노바가 제격이다. 이 저택은 한 부유한 독일인의 별장이었고, 이 흉상들을 사는 데 꽤 많은 돈을 썼을 것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얼마나 받았는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가족 구성원들인지 궁금했지만, 전부 고전적인 얼굴들이라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모자를 손에 쥐고 있었다.

고리치아에선 헬멧을 써야 했지만, 불편했고 민간인들이 아직 피난하지 않은 마을에서 그런 걸 쓰는 건 공연히 극장놀이 같았다. 전선에 올라갈 땐 헬멧을 쓰고 영국식 방독면을 들고 갔다. 이제 그런 것들이 막 보급되기 시작했다. 진짜 방독면이었다. 자동권총도 의무적으로 차야 했다. 위생병과 의사들도 예외는 없었다. 등받이에 닿은 그 감촉이 느껴졌다. 권총을 겉으로 보이게 차지 않으면 체포될 수도 있었다. 리날디는 권총집에 화장지를 채워넣고 다녔다. 나는 진짜 총을 찼고, 처음엔 건달이 된 기분이었지만 사격 연습을 하면서 금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트라 7.65 구경 권총, 총신이 짧고, 방아쇠를 당기면 총이 튀며 엉뚱한 데로 나갔다. 조준을 낮춰 연습했지만, 스무 걸음 떨어진 표적 근처에 총알이 박히면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 애초에 권총을 차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고, 곧 무감각해졌다. 그것은 등허리에서 덜렁거리며 붙어 있었고, 누군가 영어로 말을 걸 때면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나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었고, 데스크 뒤의 위생병인지 행정병인지 모를 사내가 나를 곁눈질로 흘겨보았다. 나는 대리석 바닥과 흉상 기둥들, 벽화들을 바라보며 그녀를 기다렸다. 벽화들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벽화란 원래 색이 벗겨지기 시작할 때 가장 보기 좋은 법이다. 바클리 양이 복도를 따라 내려오는 것이 보였고, 나는 일어섰다. 걸어오는 그녀는 키가 크지는 않아 보였지만, 아름다웠다.

“안녕하세요, 헨리 씨,” 그녀가 말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내가 말했다.

데스크 너머의 사내가 우리 대화를 엿들었다.

“여기 앉을까요, 아니면 정원으로 나갈까요?”

“정원이 좋아요. 훨씬 시원하죠.”

나는 그녀를 따라 자갈길을 걸었다. 그 사내는 여전히 우리를 지켜보았다.

“어디 갔었어요?” 그녀가 물었다.

“전선에 있었어요.”

“편지라도 한 줄 못 썼어요?”

“그럴 형편이 아니었어요. 돌아올 줄 알았거든요.”

“알려줬어야죠, 자기.”

우리는 나무 아래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멈춰서 입을 맞췄다.

“우리 어디 갈 데 없을까요?”

“없어요. 그냥 이렇게 걷는 수밖에.”

“오래 떨어져 있었어요.”

“사흘째예요. 하지만 돌아왔어요.”

“나를 사랑해요?”

“그래요.”

“사랑한다고 말했었죠?”

“그랬어요,” 내가 거짓말했다. “사랑해요.”

처음 하는 말이었다.

“그럼 날 캐서린이라 불러줘요.”

“캐서린.”

우리는 조금 더 걸었고, 다시 나무 아래에서 멈췄다.

“‘밤에 캐서린에게 돌아왔다’고 말해줘요.”

“밤에 캐서린에게 돌아왔어요.”

“정말 돌아온 거죠, 자기?”

“그래요.”

“정말 사랑해요. 끔찍했어요.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죠?”

“아니요. 항상 돌아올 거예요.”

“사랑해요. 다시 손을 거기다 얹어줘요.”

“계속 있었어요.”

나는 그녀 얼굴을 볼 수 있게 돌려서 키스했다. 그녀의 눈은 감겨 있었다. 나는 그녀가 약간 정신이 이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괜찮았다. 그게 문제 될 일은 아니었다. 내가 무엇에 빠지고 있는지 몰라도 상관없었다.

이런 게 낫다. 저녁마다 장교 클럽에 가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교들 사이를 오가며 모자를 거꾸로 씌워주는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나는 바클리 양을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하려는 마음도 없었다. 이것은 게임이었다. 브리지처럼, 패 대신 말로 치는 게임. 판돈이 걸려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했고, 실제로 무엇이 걸려 있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나로선 그것도 괜찮았다.

“어디 들어갈 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말했다. 오래 서서 사랑을 속삭이기엔, 남자의 다리는 무딜 수밖에 없었다.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멀리 있던 마음이 돌아왔다. “저기 잠깐 앉아요.”

우리는 납작한 돌 벤치에 앉았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내 팔이 어깨로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피곤해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요.”

그녀는 풀을 내려다보았다.

“이거, 우리가 하는 거, 형편없는 게임이죠?”

“어떤 게임이요?”

“모르는 척하지 말아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할 줄 아는 만큼 잘하는 것뿐이죠. 그래도 이건 형편없는 게임이에요.”

“항상 사람들 마음을 아나요?”

“항상은 아니지만, 당신은 알아요. 사랑한다고 안 해도 돼요. 오늘 밤은 그만해요. 하고 싶은 얘기 있어요?”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해요.”

“거짓말은 꼭 필요할 때만 해요. 난 무너지지도 않았고, 미치지도 않았어요. 가끔은 조금 그래지긴 하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사랑하는 캐서린.”

“지금 들으면 참 우습네요—‘캐서린.’ 당신은 그 이름을 별 다르게 발음하지도 않아요. 그래도 착하긴 해요. 아주 착한 사람이에요.”

“신부님도 그랬어요.”

“그래요. 당신은 참 착해요. 또 보러 와줄 거죠?”

“물론이죠.”

“사랑한다고 안 해도 돼요. 당분간은 그 얘긴 그만이에요.”

그녀는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잘 자요.”

나는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었다.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너무 피곤해요.”

“그래도 키스해줘요.”

“정말 원해요?”

“정말이에요.”

우리는 입을 맞췄고, 그녀는 갑자기 몸을 떼었다.

“안 돼요. 잘 자요, 자기.”

우리는 문까지 함께 걸었고, 나는 그녀가 복도를 따라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그녀가 움직이는 걸 보는 게 좋았다. 그녀는 복도를 따라 사라졌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산 위에선 전투가 치열했다. 산 가브리엘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나는 빌라 로싸 앞에 멈췄다. 덧문은 닫혔지만 안에서는 여전히 뭔가가 진행 중이었다. 누군가 노래하고 있었다.

나는 계속 걸어 집으로 갔다. 옷을 벗고 있을 때, 리날디가 들어왔다.

“아하!” 그가 말했다. “잘 안 됐구만. 베이비는 당황했어.”

“어디 갔었어?”

“빌라 로싸. 아주 유익했지. 다 같이 노래했어. 자넨 어딜 갔다 왔나?”

“영국 아가씨에게.”

“감사한 일이야, 내가 영국 여자와 얽히지 않은 게.”

제7장

[+/-]

다음 날 오후, 첫 번째 산악 초소에서 돌아와 _스미스티멘토_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곳에서는 부상자와 병자들을 서류와 각 병원에 표시된 서류에 따라 분류했습니다. 제가 운전을 하다가 차에 앉았는데, 운전사가 서류를 받아갔습니다. 더운 날이었고 하늘은 매우 밝고 푸르렀으며 도로는 하얗고 먼지가 자욱했습니다. 저는 피아트의 높은 좌석에 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길가에 연대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병사들은 덥고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강철 헬멧을 쓴 병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배낭에서 헬멧을 꺼내 메고 다녔습니다. 대부분의 헬멧은 너무 커서 착용자의 귀를 거의 덮을 정도였습니다. 장교들은 모두 헬멧을 쓰고 있었습니다. 더 잘 맞는 헬멧이었습니다. 브리가타 바실리카타의 절반이었습니다. 저는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는 깃으로 그들을 식별했습니다. 연대가 지나간 후에도 오랫동안 뒤처진 병사들이 지나갔습니다. 소대원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병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땀에 젖고 먼지투성이에 지쳐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상태가 꽤 나빠 보였다. 마지막 낙오자들 뒤를 이어 군인 한 명이 나타났다.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는 길가에 멈춰 서서 앉았다. 나는 내려서 그쪽으로 갔다.

"무슨 일이야?" 그는 나를 바라보더니 일어섰다. "계속 가겠어." "무슨 문제야?" "—— 전쟁이." "다리가 왜 그래?" "내 다리가 아니야. 파열됐어." "수송차에 타지 그래?" 내가 물었다. "병원에 안 가?" "못 가게 해 줘. 중위가 내가 일부러 트러스를 미끄러뜨렸다고 하더군." "만져 보게." "훨씬 빠져 있어." "어느 쪽이지?" "여기." 만져 봤다. "헛기침." 내가 말했다. "더 커질까 봐 걱정돼. 오늘 아침보다 두 배는 커졌어." "앉아." 내가 말했다. "부상자에 대한 서류를 받으면 길가에 데려다주고 의무관들에게 내려줄게." "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할 거야."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말했다. "상처가 아니야. 전에도 앓았잖아, 그렇지?" "하지만 탈장은 잃어버렸어." "병원에 보내줄 거야." "여기 있으면 안 돼, 테넨테?" "아니, 서류가 없어." 운전사가 부상자 서류를 들고 차 문에서 나왔다. "네 명은 105달러, 두 명은 132달러." 그가 말했다. 강 너머 병원이었다. "네가 운전해." 내가 말했다. 나는 병사가 파열된 부위를 우리와 함께 좌석에 올려놓는 것을 도왔다. "영어 할 줄 알아?" 그가 물었다. "물론이지." "이 빌어먹을 전쟁은 어때?" "끔찍해." "끔찍해. 세상에, 끔직해." "미국에 있었어?" "물론이지. 피츠버그에 있었어. 네가 미국인인 줄 알았어." "내가 이탈리아어를 잘하는 거 아냐?" "네가 미국인인 줄 알았어." "또 다른 미국인이군." 운전사가 이탈리아어로 탈장 환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들어, 약탈자. 날 그 연대에 데려가야 해?" "그래." "대위 의사가 내 파열을 알고 있었거든. 망할 트러스를 던져서 상태가 나빠져서 다시 전선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했지." "알겠어." "다른 데 데려갈 수 없나?" "전선에 더 가까웠다면 일선 의무대에 데려갈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여기로 돌아오려면 서류가 있어야 해." "돌아가면 수술을 시키고, 그러면 항상 전선에 서게 될 거야."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항상 전선에 서 있고 싶진 않겠지?" 그가 물었다. "아니." "맙소사, 이거 진짜 전쟁 아니야?" "잘 들어." 내가 말했다. "네가 차에서 내려 길가에 쓰러져서 머리를 부딪히면,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데려다줄게. 여기 길가에 들르자, 알도." 우리는 길가에 멈춰 섰습니다. 제가 그를 내려주었습니다. "중위님, 바로 여기 있겠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잘 가세요." 제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계속 나아가 약 1마일 앞서 있던 연대를 지나쳤습니다. 그런 다음 눈보라가 흩날리고 다리의 첨탑 사이로 빠르게 흐르는 강을 건넜습니다.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달려 두 병원에 부상병들을 이송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를 몰고 빈 차를 타고 피츠버그에서 온 남자를 찾아갔습니다. 먼저 연대를 지나쳤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겁고 느렸습니다. 그다음에는 낙오자들이었습니다. 그때 길가에 멈춰 선 마차 구급차가 보였습니다. 두 남자가 탈장 환자를 들어 올려서 병원에 넣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를 데리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헬멧은 벗겨져 있었고 이마에서는 머리카락 선 아래로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코는 껍데기가 벗겨져 있었고, 피 묻은 부위에는 먼지가, 머리카락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습니다. "중위님, 저 혹 좀 보세요!" 그가 소리쳤습니다. "할 일 없어. 그들이 나를 데리러 온다!" 빌라에 돌아왔을 때는 다섯 시였고, 저는 세차장으로 나가 샤워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방에서 바지와 속옷 차림으로 열린 창문 앞에 앉아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틀 후면 공세가 시작될 예정이었고, 저는 차를 몰고 플라바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미국에 편지를 쓴 지 오래되었고, 써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미뤄두었기 때문에 이제는 편지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쓸 내용이 없었습니다. 군대의 '존 디 게라(Zona di Guerra)' 엽서 두 장을 보냈습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적힌 부분만 빼고는 모두 지웠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겁니다. 미국에서는 그 엽서가 아주 괜찮을 겁니다. 이상하고 신비롭죠. 이상하고 신비로운 전쟁터였지만, 오스트리아와의 다른 전쟁에 비하면 꽤 잘 운영되고 암울했을 겁니다. 오스트리아군은 나폴레옹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창설되었습니다. 어떤 나폴레옹이든 말입니다. 나폴레옹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대신 뚱뚱하고 부유한 일 제네랄레 카도르나와 길고 가는 목에 염소 수염을 기른 ​​작은 체구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가 있었습니다. 오른쪽에는 아오스타 공작이 있었습니다. 그는 위대한 장군이라기엔 너무 잘생겼을지 모르지만, 남자처럼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왕이 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는 왕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왕의 삼촌이었고 제3군을 지휘했습니다. 우리는 제2군에 속해 있었습니다. 제3군과 함께 영국군 포대가 몇 개 있었습니다. 밀라노에서 그 부대의 포병 두 명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매우 친절했고 우리는 성대한 저녁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체격이 크고 수줍어하며 당황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매우 감사해했습니다. 영국군과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훨씬 더 간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마 죽었을 겁니다. 이 구급차 사업에서가 아니라, 네, 구급차 사업에서도요. 영국 구급차 운전사들은 가끔 죽었습니다. 글쎄요,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글쎄, 나는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전쟁에서는.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영화 속 전쟁보다 더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제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번 여름에 끝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스트리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다른 전쟁에서는 늘 그랬듯이. 이 전쟁은 도대체 무슨 문제인가? 모두가 프랑스가 끝났다고 했다. 리날디는 프랑스군이 반란을 일으켜 군대가 파리로 진군했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는 "아, 그들이 막았어."라고 말했다. 나는 전쟁 없이 오스트리아에 가고 싶었다. 슈바르츠발트에 가고 싶었다. 하르츠 산맥에도 가고 싶었다. 하르츠 산맥은 어디 있는 거지? 카르파티아 산맥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어차피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전쟁이 없다면 스페인에 갈 수도 있다. 해가 지고 날이 서늘해지고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캐서린 바클리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녀가 지금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와 함께 밀라노에 있었으면 좋겠다. 코바에서 저녁을 먹고 더운 저녁에 만조니 거리를 따라 걸어가서 건너편 운하를 따라 캐서린 바클리와 함께 호텔로 가고 싶어요. 어쩌면 그녀가 그럴지도 몰라요. 어쩌면 그녀는 제가 죽은 그녀의 아들인 척하고 현관문으로 들어갔을 거예요. 문지기가 모자를 벗고, 저는 컨시어지 데스크에 들러 열쇠를 달라고 할 거예요. 그녀는 엘리베이터 옆에 서 있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고, 엘리베이터는 모든 층을 클릭하며 아주 천천히 올라가고, 그다음 우리 층에서 그 아이가 문을 열고 서 있을 거예요. 그녀가 나오고 저도 나가서 복도를 걸어가서 열쇠를 문에 꽂고 열고 안으로 들어갈 거예요. 그리고 전화기를 내려놓고 얼음이 가득 든 은색 양동이에 카프리 비앙카 한 병을 보내달라고 부탁할 거예요. 복도를 따라 얼음이 양동이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거예요. 그 아이가 노크하면 저는 문 밖에 두고 가라고 말할 거예요. 너무 더워서 옷을 입지 않았는데, 창문을 열어두고 제비들이 집 지붕 위로 날아다니고, 어두워지면 창문으로 가서 아주 작은 박쥐들이 집 위를 날아다니고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카프리를 마시고 문을 잠그고 더운 날씨에 시트 한 장만 걸친 채 밤새도록 밀라노의 뜨거운 밤을 보내며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저는 빨리 먹고 캐서린 바클리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들은 식당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저는 와인을 마셨습니다. 오늘 밤은 제가 술을 조금 마시고 신부님과 아일랜드 대주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한 모두 형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고귀한 사람인 듯했고, 그가 겪었던 불의, 제가 미국인으로서 참여했던 불의, 그리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불의에 대해 저는 아는 척했습니다. 그들의 원인에 대한 그렇게 훌륭한 설명을 들었을 때,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면 무례했을 것입니다.결국 오해인 것 같았습니다.그는 훌륭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미네소타 출신이어서 아름다운 이름을 만들었습니다.미네소타의 아일랜드, 위스콘신의 아일랜드, 미시간의 아일랜드.예쁘게 들리는 것은 섬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아니요, 그게 아니었습니다.그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었습니다.네, 아버지.그것은 사실입니다, 아버지.아마도, 아버지.아니요, 아버지.음, 아마도 그렇습니다, 아버지.아버지는 저보다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계실 겁니다.사제는 훌륭했지만 지루했습니다.관리들은 훌륭하지 않았지만 지루했습니다.왕은 훌륭했지만 지루했습니다.와인은 나빴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와인은 치아의 에나멜을 벗겨내어 입천장에 남겼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감옥에 갇히셨어요." 로카가 말했다. "3% 보석금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프랑스에서였습니다. 여기서는 절대 체포되지 않았을 겁니다. 신부님은 5% 보석금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습니다. 베지에에서 일어난 일이죠. 저는 그곳에 있었고 신문에서 그 사건을 읽고 감옥에 가서 신부님을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이 보석금을 훔쳤다는 게 명백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한 마디도 믿지 않습니다." 리날디가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로카가 말했다. "하지만 저는 여기 있는 우리 신부님을 위해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주 유익한 정보입니다. 신부님은 신부님이시니 감사히 여기실 겁니다." 신부님은 미소를 지었다. "계속하세요." 그가 말했다. "듣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채권은 계산되지 않았지만 신부는 3% 채권과 여러 지역 채무를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옥에 갔습니다. 이것이 이야기의 요점입니다. 저는 그의 감방 밖에 서서 마치 고백하듯이 말했습니다. '신부님, 당신이 죄를 지었으니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모두가 크게 웃었습니다. "그가 뭐라고 했습니까?" 신부가 물었습니다. 로카는 이를 무시하고 농담을 계속 설명했습니다. "요점을 알겠죠?" 제대로 이해했다면 매우 재미있는 농담인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와인을 더 따라 주었고 저는 샤워 욕조 아래에 놓인 영국 사병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소령은 11명의 체코슬로바키아인과 헝가리인 상병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와인을 좀 더 마신 후, 페니를 발견한 기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소령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공작부인에 대한 그런 이탈리아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신부는 떠났고, 저는 미스트랄이 불던 새벽 5시에 마르세유에 도착한 행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소령은 제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부인했습니다. 소령은 사실이라고 하면서 바쿠스의 시체를 두고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시험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바쿠스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바쿠스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네, 바쿠스라고 했습니다. 바시, 필리포 빈첸차와 함께 한 잔, 한 잔, 한 잔 마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바시는 이미 저보다 두 배는 마셨으니 시험해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바쿠스든 아니든, 필리포 빈첸차, 바시든 바시든 필리포 비첸차는 저녁 내내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그의 이름이 뭐였더라? 그는 내 이름이 프레데리코 엔리코였는지, 아니면 엔리코 페데리코였는지 물었다. 나는 베스트 맨이 이기게 하라고 했고, 바커스가 막았고, 소령은 머그잔에 레드 와인을 따라주었다. 와인을 반쯤 마셨을 때 나는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기억해냈다. "바시가 이겼어." 내가 말했다. "그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야. 난 가야 해." "정말이야." 리날디가 말했다. "그는 약속이 있어. 난 다 알아." "난 가야 해." "또 하룻밤이야." 바시가 말했다. "네가 더 강해졌다고 느낄 또 하룻밤이야." 그는 내 어깨를 툭 쳤다. 테이블 위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다. 모든 장교들이 매우 기뻐했다. "잘 자, 신사 여러분." 내가 말했다. 리날디는 나와 함께 나갔다. 우리는 문 밖에 서서 그가 말했다. "술에 취해서 거기 올라가지 않는 게 좋겠어." "난 안 취했어, 리닌. 정말이야." "커피 좀 씹어먹는 게 좋겠어." "말도 안 돼." "내가 가져올게, 얘야. 왔다 갔다 걸어가." 그가 볶은 커피콩 한 줌을 들고 돌아왔다. "얘야, 그거 씹어. 그리고 신이 너와 함께하길." "바커스." 내가 말했다. "같이 걸어갈게." "난 괜찮아." 우리는 함께 마을을 걸었고, 나는 커피를 씹었다. 영국인 별장으로 이어지는 진입로 입구에서 리날디가 잘 자라고 인사했다. "잘 자." 내가 말했다. "들어오지 그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가 말했다. "난 단순한 즐거움이 좋아." "커피콩 고마워." "아무것도 아니야, 얘야. 아무것도." 나는 진입로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진입로를 따라 늘어선 사이프러스 나무의 윤곽이 선명하고 또렷했다. 뒤를 돌아보니 리날디가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별장 리셉션 홀에 앉아 캐서린 바클리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복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일어섰지만, 캐서린은 아니었다. 퍼거슨 양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말했다. "캐서린이 오늘 저녁에 당신을 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시네요." "제가 얼마나 죄송한지 전해 주시겠어요?" "네, 전해 드릴게요." "내일 뵙는 게 괜찮을까요?" "네, 그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말했다. "잘 자요."

나는 문밖으로 나갔는데 갑자기 외롭고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캐서린을 만나는 게 너무 가볍게 느껴졌고, 술에 좀 취해서 오는 것도 거의 잊고 있었는데, 그녀를 볼 수 없으니 외롭고 공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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