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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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론

γνῶσις

그노시스의 뜻[+/-]

그노시스는 «앎»이라는 뜻을 지닌 고대 그리스어 γνῶσις(gnosis)에서 온 말로서 기독교 신학 및 종교학에서는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이와 더불어 곳곳에서 유행한 기독교의 교리에 맞지 않는 종교적 사상 혹은 종교집단의 이론을 통틀어 부르는 말로 흔히 쓰이고 있다.[1] 그러나 원래 «그노시스»라는 낱말은 꼭 기독교에서 본 다른 종교적 이론들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독교가 발생하기 이전에 유대교 내에 이미 여러 종파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자연 종교적 색채를 띤 각종 소수 집단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아마 사변적이면서 종교적인 경향을 가진 이론들이 성행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같은 이론들이 종교사에서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이유는 바로 기독교의 발생과 전파에 유인하므로 오늘날 «그노시스»라는 말은 기독교의 성립 이후에 생겨난 일종의 정신적 자세 혹은 시대적 현상으로 대개 이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는 그노시스는 기원후 2세기에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던 중동의 서남부에서 그 기원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중심지는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건설된 이집트 북부 해안에 위치한 고대 그리스 식민도시인 알렉산드리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노시스»라는 낱말의 뜻이 «앎, 지식»이라고 하여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낱말 뜻 그대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노시스의 추종자가 의미하는 «앎»이란 학문적 관찰이나 연구를 통해서 얻어진 지식이나 혹은 어떤 종교적 가르침에 의해 얻은 지혜를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노시스의 추종자들이 찾고자 하였던 «앎»은 이와 같은 경험적 지식이 아니다. 그노시스가 기독교와 깊은 연관을 가진 이론적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특히 기독교의 «구세론»은 그노시스에서 말하는 «앎의 길»과 매우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노시스의 추종자들은 신의 계시를 통해서 «앎»을 얻으므로서 인간이 나쁜 현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는 기독교에서 예수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현세에 왔다는 믿음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그노시스는 «계시된 지식»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겠다.

이집트의 윗쪽에 위치한 낙 함마디(Nag-Hammadi)에서[2] 발견된 이른바 «진리의 복음서»에서 우리는 그노시스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을 수 있다.

지식 (gnosis)을 가진 사람은 그가 어디에서 왔으며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된다. 마치 술에 취했던 사람이 술 기운에서 깨어나 자중을 하면서 원기를 회복하는 것처럼 지식을 가진 사람은 이 의문을 알 수 있다.

이 구절에서 쓰인 비유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계시의 지식»은 인간을 곧바로 어떤 높고 영원한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주변 환경에 무심하였던 술취한 사람이 점차 술 기운에서 깨어나듯이 «앎»을 얻은 사람은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던 어떤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고 그노시스 추종자들은 믿고 이를 가르친 것으로 여겨진다.

그노시스는 구세론과 우주론 (창세론)을 유대교 및 기독교의 전래 교리 그리고 당시의 여러 종교의 교리에서 빌어 나름대로 달리 해석하면서 점차 그들의 교리를 체계화시켰기 때문에 초기 기독교와 일종의 적대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그노시스의 사상 혹은 종교적 이론은 지역과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그노시스의 특징을 이루는 몇몇 기본 사상은 그노시스의 종파와 관계 없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공통된 그노시스의 사상은 대개 다음과 같이 간추려 볼 수 있다.

  1. 그노시스의 신은 자비와 선의 신으로서 «빛»의 세계에 머무르며, 인간 세계와는 전혀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흔히 그노시스 추종자들은 그들의 신을 «아버지 신»이라 부른다.
  2. 인간 세계는 «아버지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창조의 신»에 의해 생겨났다.
  3. 우주는 여러 신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인간 세계는 바로 가장 낮은 세계이다.
  4. 인간은 처음 «빛의 세계»에 속하였으나, 운명에 의하여 오늘날 빛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와 물질, 다시 말해 육체와 더불어 살고 있다.
  5. 물질 세계에서 인간은 언제나 고통의 삶을 살고 있으며,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착한 일을 하거나 어떤 신, 가령 기독교에 말하는 절대자를 믿는 것에 있지 않다. 이 세계에서 구원되는 길은 오로지 아버지 신의 뜻을 깨우치는 데에 있다 (여기서 그노시스라는 낱말의 본 뜻을 잘 짐작할 수 있다).
  6. 이와 같은 앎은 아버지 신의 아들 «말씀»(고대 그리스어: λόγος, logos) 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각주[+/-]

  1. 한국에서는 이 낱말을 «영지주의»(靈知主義)라는 한자어 번역을 쓰기도 하며 또한 영어 «gnosticism»을 그노시스주의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2. 참조: 영어 위키백과에 실린 Nag Hamm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