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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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생선과 밥을 이용하여 만든 일본의 전통음식.

스시의 역사[+/-]

"스시" 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1] 기존의 스시는 지금 생각하는 것과는 생판 다른 발효식품으로 생선살을 식해나 홍어마냥 발효시켜서 먹던 것이었다.--레알 鮨네-- 이를 "나레즈시" 라고 부르며 대개 밥알과 같이 발효시키곤 하기 때문에 한국의 일부 사람들이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인 "식해" 가 그 기원이라 주장하기도 하나, 이런 식이라면 식해보다 훨씬 나레즈시다운 음식이 다른나라에 더 많다. 동남아에는 일본의 나레즈시와 완벽히 똑같은 음식이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중국에도 식해와 나레즈시의 기원이 될만한 식품의 기록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인정하는 통설은 동남아의 메콩강 인근 지역에서 생선을 오래 보관할 목적으로 처음 발달해, 점차 동아시아쪽으로 옮겨왔다는 설이다.[2] 따라서 식해는 초밥의 기원이라기보다는 초밥과 같은 기원을 가진 식품이라 보는 견해. 실제 과거 한국에는 밥을 발효시킨다는 것만 빼면 초밥과 거의 똑같이 생긴 식해가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

여튼 초기의 스시라는 것은, 깨끗하게 닦은 생선에 소금을 뿌려 밥(이나 다른 찐 곡식)과 함께 돌로 눌러놓으면 발효되면서 젖산이 나와 부패를 막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된다. 그런 후 밥을 털어내고 생선만 먹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털어내는 밥이 아까워 같이 먹기도 했었다는 방향에서 새로운 식문화가 탄생한 것.

세월이 흘러 시각적 감각을 중시하는 교토를 중심으로 한 칸사이 지방에서 틀에 밥을 깔고 그 위에 다양한 발효생선[3]을 넣은 후 꽉 눌러 판화처럼 만드는 "하코즈시"(箱寿司)[4]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시는 거의 주먹밥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크기도 지금의 초밥보다 훨씬 커서 무리해야 최소 두 입 크기에, 밥은 소금으로만 간을 해서 짭짤하고, 신맛은 도리어 생선이 담당하는 부분이었다. 이러다보니 쿰쿰히 올라오는 비린내를 잡기 위해 와사비(고추냉이)를 넣지만, 당시 와사비는 왕족들과 귀족들만이 먹을 수 있었던 고가품이라 대중적인 집에선 아예 넣지 않거나 싸구려 겨자로 대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둘 다 매운 건 똑같다~~[5]

본격적으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에도 시대부터이다. 갑자기 막부가 교토에서 에도(지금의 도쿄)로 천도,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거의 텅 빈 에도를 그럴싸하게 꾸미기 위해 강제로 영주들을 일시간 에도로 불러들이면서 조닌(직공)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비좁은 공간에 빠르게 대량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야타이(포장마차)가 생겨났고, 스시도 당연히 한 몫 자리잡아 패스트푸드가 되었다. 다만 이때까지 초밥이란 생선을 발효시킬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가 빈번했던 것.[6] 고심하던 조리사가 에도는 바다(그래서 에도마에(江戸前)다.)가 가까워 날생선이 빨리 들어오는 점을 이용, 급기야 생선을 발효시키는 대신 발효쌀로 만든 조미료인 식초를 부어 처리하는 대담한 방식으로 대량화에 성공하였다. 현대식으로 비유하자면 육수 만들기 귀찮아 라면스프 한 스푼 부었더니 사람들이 맛있다며 대박을 터트린 셈.

한 술 더 떠 즉석에서 비좁은 야타이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재고를 채워넣고자 번거롭게 일일이 틀에 찍어내는 대신 손을 틀로 사용하듯 쥐어주는 니기리즈시(握り寿司)[7]가 탄생하였다. 사실상 여기서부터 현대적인 초밥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는데, 흔히들 초밥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게 니기리즈시다. 초창기에는 밥과 생선 모두 초처리를 했지만, 점차 날생선의 고급스러운 신선한 맛에 길들여지는 에도 사람들 취향에 따라 밥에만 초처리하는 것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니기리즈시의 시대 이후로는 이제 발효고 나발이고 없다. 김치를 먹다가 겉절이로 변한 셈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지금은 초밥 하면 누구나 주먹초밥(니기리즈시)를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에 현대 초밥의 원형은 결국 에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도 정통 초밥을 에도마에스시 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즉 에도 앞바다에서 나는 어물을 재료로 만든다는 것. 그런데 이 에도마에스시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밥은 아주 적고 생선은 커다란 초밥과는 좀 다르다. 일단 숙성된 재료를 쓰기 때문에 네타(초밥 위에 올라가는 재료)의 크기가 매우 두꺼운 편이며 밥의 양도 훨씬 많다. 게다가 매우 고들한 밥을 쓰는 한국식과는 달리 밥이 좀 질척거리는 편이며 사람의 체온 정도로 따듯한 편이다. 따라서 한국식 초밥에 익숙한 사람들은 좀 당황해 하기도 한다.

노점상에서나 파는 간단한 요기거리로 시작된 니기리즈시는, 20세기 초를 전후로 냉장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일본 요리의 특성을 따라 더욱 신선하고 귀한 재료에 집착, 계속적으로 고급화가 진행되어 지금의 예술이니 뭐니 하는 지경의 초고급화 이미지에 이르렀다. 이와 동시에 패스트푸드로서의 이미지도 동시에 발전해 아예 양극화 현상마저 일어나는 것이 스시의 현실로, 편의점이나 회전초밥과 같은 패스트푸드 성격의 이미지도 제법 강해졌다. 그래봤자 어느쪽도 부담이 가는 이미지인 건 변함없지만.

  1. 일본어 훈독이 '스시'인 鮨(물고기젓 지)와 鮓(생선젓 자)는 2.000년 전부터 있어 온 한자로, 두 글자 모두 생선살을 조리한 식품을 의미한다. 鮨의 음 부분인 "旨"(맛있을 지)에는 숙성한다는 의미가 있고 鮓의 음 부분인 乍에는 얇게 벗긴다는 의미가 있다. 일본 오사카 지역인 관서 지방에는 초밥집들이 대부분 후자를 사용한다.
  2. 한국의 '식해', 태국의 '쁘라하', 보르네오의 '쟈루구', 타이완의 '도스도' 등이 모두 생선을 밥과 함께 발효시켜 만든 음식들이다.
  3. 냉장기술이 미숙했기 때문에 싱싱한 날생선은 잘 안들어갔다.
  4. 상자에 밥을 눌러담아 만든 스시라는 의미에서 箱 자가 들어갔다.
  5. 물론 지금이라고 싼 건 아니고, 일본에서도 1개에 2000엔쯤은 기본이다. 보통 판매되는 튜브 와사비에 진짜 와사비가 절반이라도 들어있는 경우는 매우매우매우 드물고, 겨자나 호스레디쉬로 대용품을 만든다. 의심나면 성분표를 유심히 볼 것.
  6. 여기에는 다른 설도 꽤 있다. 대표적인 이설은 에도에 올라온 어떤 다이묘가 심심한건지 인내심이 없는건지 자꾸 초밥 내놓으라며 조리사를 달달 볶으니 열받아서 만들었다는 설. 그래서 이를 주제로 한 창작물도 간간히 있으며, 미스터 초밥왕에도 모큐멘터리의 형태로 외전 에피소드를 연재한 적이 있다.
  7. 밥을 손으로 쥐어서 만드는 스시라는 의미이다.